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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3년 차. 갱년기 커플

2009/12/23 17:28 | Posted by 권법연구가

:: 이것도 컴퓨터를 포맷하기 직전.. 버릴까 고민하다.. 블로그에나 올려두자..라는 마음으로 올리는 글

 


대학 졸업반인 남자(김태수:26)와 여자(이민영:23)는 자타가 공인하는 닭살 커플이었다. 거리에서의 뽀뽀는 예삿일이고, 버스, 지하철, 음식점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만지며 핥아댔다. 친구들은 이들의 애정 행각이 건강한 시민의 정신을 위협하는 공해에 해당하며, 짐승들의 붕가붕가와 다를 바가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지만 이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연애 3년 차. 사랑을 발생시킨다는 호르몬의 분비가 점차 끝나가는 시기.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던 이들의 연애행각도 슬슬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증상은 남자에게 먼저 나타났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애정 행위를 피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뽀뽀에는 마지못해 응하지만 키스는 피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벼대던 화려한 몸놀림은 차츰 둔해져 갔다.

 

남자는 여자의 지나친 애정 표현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사람들 많은 데서 무슨 짓인가라는 회의도 생겼다. 빈 강의실에서 공부라도 할라치면 옆으로 다가와 달라 붙는 여자친구의 과도한 애정공세가 귀찮게까지 느껴졌다. 처음에야 재미있었다. 스릴도 있었고, 주위의 은근한 시선에 흥분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미는 반감되었고, 주위의 시선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좌석 버스 안에서 키스를 해달라는 여친의 말에 짜증을 부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이런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여자는 기분이 나빠졌다. 예전에는 좋다고 눈을 감고 ~~’ 거리더니, 키스 한번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그게 부담스럽단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오면 옆자리에 앉아 어떻게든 허벅지 좀 만져 보려고 힐끔거리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 배가 불렀는지 치마가 너무 짧다며 인상부터 찡그렸다. 여자의 이런 불만에 남자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 동안, 우리가 지나쳤어. 조금 건전해질 필요가 있어.” 웃기고 있네. 여자는 갑자기 자신을 요녀 취급하는 남자의 자세에 어이가 없어졌다. 네가 굶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라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남자의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생겼다.

 

애정이 식었다기 보다는 애정의 형태가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양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던, 사랑이던 간에 말이다. 남자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자의 마음 역시 어딘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성숙한 사랑은 고요하게 멈춰있는 사랑이 아니다. 변한 사람과 변한 관계를 아우르며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사랑이야말로, 멈춰 버린 호르몬을 이겨내는 진실한 사랑의 모양일지 모른다. 연애 3년 차. 이제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는지? 물론 3년 전의 그, 그리고 그녀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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