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글2007/05/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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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반응을 고려하고, 내가 어떻게 보일 지까지 계산에 넣고, 분위기까지 염려해서 상대를 웃기려 한다면 당신은 지독한 욕심쟁이다. 그걸 다 머릿속에 넣고 농담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유머는 찰나의 미학이다.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웃음도 같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그게 안 되면 실패한 거다. 버스 다 지나가서 손드는 것과, 이야기 다 지나갔는데 농담 꺼내는 것은 매 한가지로 쓸모없는 일이다. 생각나면 말해 버려라. 웃길 것 같다면 농담을 질러 버려라.  
그렇게 했는데 상대가 안 웃는다고? 그러면 어떤가? 당신은 개그맨이 아니다. 못 웃겨도 된다. 못 웃겼다고 상대가 당신에게 관람료라도 돌려 달라던가? 당신은 개그 콘테스트에 나간 것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으러 나간 것이다. 실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상대방이 괜히 당신을 한심하게 보는 것 같다고? 웃음의 코드가 서로 다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코드가 달라서 내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표현하고, 내 웃음의 영역이 이렇다라고 상대에게 말해주는 것만으로 당신의 개그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상대가 당신의 농담을 받아들이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개그 세계는 충분히 표현한 것이 된다. 모든 이성을 웃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신의 농담을 즐거워하는 그 사람. 그 한 사람만 웃기면 된다.  
평소 진지+엄숙의 도인 생활을 해 왔는데 소개팅이나 미팅에서 갑자기 돌변해 마구마구 웃기는 개그맨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오버스러운 장면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어색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기에 평소 주위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먼저 부모님과 가까운 친구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거리를 부모님에게 늘어놓는 일이나, 개그 프로의 한 꼭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친한 친구들에게 사용하는 일은 훌륭한 개그 연습이 된다. 가까이 있는 주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면 당신의 개그는 어느 장소, 어떤 시간에서도 자연스럽게 통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당신의 생활 자체가 유쾌해진다.  
텔레비전에서나 나올 것 같은 출중한 개인기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간단하게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 개인기, 방긋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개인기를 하나 만들어 둔다면, 어색한 자리를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게 된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던지는 어설픈 성대모사나 무모한 표정연기 하나는, 가까이하기 힘든 전문 개그맨들의 개그보다 더욱 더 강력한 웃음 기폭제가 된다. 주의할 점은 개인기를 할 때는 자신 있게, 그리고 여유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뻘쭘하게 그리고 소심하게 들이대는 개인기는 긴 침묵과 함께, 죽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명심하라.  
웃지 않는 자, 웃길 수 없다. 상대방을 웃기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이 웃어야 한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상대가 던진 작은 농담 하나에도 즐겁게 반응하라. 당신이 먼저 웃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농담 한 마디 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듣고 즐겁게 웃을 수만 있다면, 상대는 당신을 “유쾌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웃음은 사랑과 묘하게 닮아 있어서, 주고받을수록 커지게 되어 있다. 먼저 웃으면 웃기기 쉬우며, 당신의 농담을 훨씬 더 큰 웃음으로 만들어 준다. 귀를 진심으로 열어 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 당신의 자세는 그 어떤 유머 비법보다 당신을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이 글은 KTF의 도시락(dosirak.com)에 기고된 글로, 외부 전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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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법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