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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카니스탄 사태에 대한 서글픈 단상

2007/08/04 14:23 | Posted by 권법연구가

1.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정치인들은 정치를 가지고 밥을 먹고 산다. 나는 먹고 사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편견이 없다. 어찌 직업에 귀천이 있으리오. 정치인들도 열심히 밥 먹고 살겠다고, 정치를 하는 것일 따름이다. 그 와중에 오버도 할 수 있고, 헛소리도 지껄일 수 있다.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줏대 없이 상황에 따라, 정치적 이득에 따라 말 바꾸며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당췌, 글러먹은 정치인들이다. 상도덕이 안 됐거든.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 먹으려는 사람들 중에, 몇 년 전 김선일씨 사건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미국과의 협상이 중요하다고 떠들던 사람들 중에,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 오늘은 미국과 협상하자고 말하는 것은 “반미”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다. 상황은 그 대로인데, 말이 바뀌는 정치인들은 제품은 그대로인데, 제품 설명이 바뀌는 장사꾼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가지고 노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이런 정치인들을 고발할 수 있는, 소비자 연맹 같은 곳은 없나?


2. 종교적인 너무나 종교적인

이번 사태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야 심심하면 절에 가는 날라리 불교신자이며, 크리스마스 예배에 참석하고자 노력하는 날라리 기독교신자이지만, 종교가 인류에게 주었던 풍요로운 선물의 가치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특히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뿌리깊도록 강조했고, 실천했던 기독교에 대한 아름다운 가치는 인류가 가진 소중한 보물이라는 생각을 잊은 적 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 나라에서의 기독교는 저렇게 만신창이가 된 것일까? 당연히 이렇게 된 일에 대해 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고개 숙여야 하며, 죄를 빌어야 한다. 신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고, 신을 빙자하여 인간의 목소리를 말했던 기독교는 회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지 않고,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특유의 장로회 문화가 가진 보수적 형태는 개혁의 바늘을 한 뜸도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완고할 테니.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그렇게 기독교를 악의 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종교적인 거부감과 외부의 비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기독교인들의 종교적인 믿음 사이에서 벌어진 종교전쟁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은, 뚱딴지 같이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의 승리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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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터넷과 현실세계

어떤 신문에선가, 탈레반이 두 번째 살인을 하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기사를 송고했다. 대다수 언론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피랍된 사람들에 대해 걱정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날마다 쏟아낸다. 여기에 대해 인터넷의 네티즌들은 “언론조작이다.”라고 외친다. 어떤 이는 심지어 “광주항쟁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을 보고 미친놈이라고 적으려다가 참았다.) 네티즌의 이야기는 대부분 그렇다. “내 주위에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인과응보라는 반응이던데, 언론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거냐? 거짓말 좀 작작해라.”라는 식이다. 나야 말로 궁금하다. 도대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몰려 있는 것일까? (완전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눈엔 소수만 보인다.) 첫 번째 살인이 나던 날, 내 주위의 사람들은 “부모 마음이 찢어지겠다.”라며 아파했고, 두 번째 살인이 났을 때는 “탈레반. 나쁜 놈들”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피랍자 가족들의 성명을 보며 네티즌들은 “구역질난다.”라고 했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은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라는 반응이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걸까?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가식적인 것일까?


4. 광주 항쟁과 아프카니스탄 사태

정말이다. 광주항쟁의 사람들을 향해 “폭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개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주 항쟁은 빨갱이들이 만들어낸 조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이 다를 뿐이라고 참고(-.-) 넘어갈 수 있다. 다만 “그들이 폭도이기에, 빨갱이 이기에 그들을 쏴 죽여야 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참을 수 없다. “그들을 죽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집에 가라고 말을 했는데, 그걸 어기고 폭도처럼 도청 앞에 모여 행동했다.”라고 말하는 것들 역시 견딜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을 목적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사물과 수단처럼 인식하는 이런 생각은, 인간의 생각이 아니며, 쓰레기의 생각일 따름이다. 정말로, 정말로 xxxxxxxxxxxxxx 같은 것들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도 그렇다. 백 번 생각을 달리해서, 그들이 정말 잘못했다고 해도, 그들의 생명을 향해, 목숨을 향해, 저주의 말을 쏟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의 목숨에 피눈물을 흘리는 가족을 생각해서, 같은 나라 땅에서 언젠가 한번 정도는 마주쳤을지 모르는 사람 사이의 인연을 생각해서, 그리고 자신이 믿는 종교를 생각해서 (그 어떤 종교도 생명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가치철학을 생각해서 (그 어떤 철학도 인간에 대한 존중을 그 기본으로 한다.) 그들의 생명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어떤 종교라도 종교가 있다면, 어떤 철학이라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그렇게 비아냥 거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건 광주 항쟁 때, 총칼로 시민을 진압한 사람들이나, 혹은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같은 논리다. “그러게 정부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저 사람들 쫒아다니며 구속시키고, 콩밥 먹이려면 세금 나가니까, 차라리 쏴 죽여.” 우리는 “수영금지”라고 적힌 곳에서 수영하다 죽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꼴 좋네”라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하고, 어떻게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민한다. 고소해 하며, 인과응보라며 주장하는 사람들.. 이들이 과연, 광주사태 때, 피를 흘리며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을 짓밟는 말을 해대는 사람들과 다를바가 무엇인건가?


5. 쓰레기와 쓰레기 글.

하나 반성하자. 예전에 썼던 “쓰레기 같은 글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는 글에서 쓰레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쓰레기로 잡아 몰았다. 생각해 보니, 이건 내 잘못이다. 생각이 쓰레기인 것이지, 사람이 쓰레기일 리 없다. 순간 욱하는 마음에 심한 소리를 한 거다. 정정하자. 그런 생각만 쓰레기다. 사람은 쓰레기 아니다. (-.-.. 뭐, 비슷하게 받아들이겠지만.)


6. 시리디 시린 마음.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읽는다거나, 혹은 블로거들의 글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갑갑해진다. 그리고 서글퍼진다. 처음엔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어쩌자구, 세상이 이렇게 잔인해 진 것인지..” 라는 식으로 늙은 목소리마저 입 밖으로 새어나올 정도다. “사람들의 순간적인 분노 – 기독교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듯 하다.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 뼛속까지 깊은 반감이 박혀있는 것일지도.) 잠깐 기사의 댓글을 읽다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시린 마음에 브라우저를 닫아야 했다. 그렇게 사람이 미운 것일까? 눈 앞에서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소리쳐도, 그 사람들의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려가며 애원해도.. "니네가 잘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잔인한 것일까? 내가 나약한 것일까? 이런 저런, 우울한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제 아프가니탄 생각은 그만 해야 겠다..
괜히 우울해질 뿐이니까... -.-



관련글 하나 : 쓰레기같은 글들이 넘쳐나는 세상
관련글 둘 : 무서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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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삭제

    SUBJECT 애타는 인질 가족과 싸늘하게 등돌린 사람들

    2007/08/05 03:20 | TRACKED FROM Trivial Thoughts of Ikarus

    아프칸 인질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점점 더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두명의 인질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번 인질 사건은 그동안의 다른 인질..

Comment

  1. BlogIcon Ikarus 2007/08/05 03:22

    이번 사태는 교회만의 입장에서도,네티즌들의 입장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조목조목 나누어서 집어 내신 것처럼 냉정하게 따져야 할 것 같습니다.비슷한 생각으로 쓴 글이 있어서 트랙백 보냅니다.

    • BlogIcon 권법연구가 2007/08/05 18:28

      어쩌면. 기본 철학의 부재가 보여주는 사회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토론 문화의 양식 - 최소한의 인격과 생명존중에 대한 전제를 기본으로 하는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요.

  2. 지나가다 2007/08/06 17:54

    저는 소말리아 납치 가족분들은 서운해 한다는 기사보고...
    참으로...

  3. 지나가다 2007/08/07 00:14

    광주항쟁과 아프카니스탄과 비교는 좀 ..???
    아프카니스탄사람들은 (텔레반을 포함해서) 우리와 같은 민족이 아닙니다
    같은종교를 믿지도 않고 어쩌면 너무나 다른역사의식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광주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입니다 아니우리보다 더 용기있는사람들이였지요 ..
    아프카니스탄에 간분들은 ...만용을 부리는사람들입니다
    아니 일본사람과 비교하면 되겠네요 ..일제시제때 일왕을 숭배하라고 강요하고
    당연시하던 사람들이요 ..그게더 맞지요 다른나라사람들한테 왜 한국이 일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할수 있는사람이면 ..아프카니스탄에는 가지않았을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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